韓国の歴史家の方の声明文、原文です。
오늘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즈음한 요구와 호소- 적대와 대결, 색깔론을 넘어 주권과 평화로 향하는 22대 국회가 되어야 한다> 기자회견에 이만열 이사장님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6.15남측위원회와 윤미향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했고, 시민모임 독립도 연명 단체로 함께 했습니다.
역사 정의 관련, 이만열 이사장께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발언하셨습니다. 참가 단체들이 열띤 호응을 보인 발언이었습니다. 아래, 소개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만열입니다.
저는 역사학도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한때 국사편찬위원장이라는, 과분한 소임을 맡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 정체성을 확립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습니다.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역사 농단이 백주대낮에 행해지고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뒤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선열들이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대한민국 역사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들었던 1894년 동학농민혁명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역사의 물줄기는 도도히 흘러 19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그리고 가열찬 독립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역사 정체성은 해방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1960년 4.19혁명과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월항쟁과 2016년 촛불혁명이 그것입니다.
국민이 주인되는 자주 독립국가를 향한, 거침없는 행보였습니다. 1987년 개정 헌법 전문은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민족사의 흐름을 담았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의 역사 인식은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만이 건국의 아버지라는 반헌법적 역사관을 공공연하게 유포하는가 하면, 육사에 있는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흉상을 철거하려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공산전체주의’와의 싸움이라고 포장합니다. 한심한 일입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라는 허깨비와 싸우고 있습니다.
한편 윤석열 정권은 대일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강제동원 제3자변제안이라는 굴욕 해법으로 식민통치 불법성에 면죄부를 발행했습니다. 이는 대일관계개선이라는 미명아래 진행되는 미일한 유사군사동맹 하부구조 편입 노력으로 보입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 극우를 대표한 아베가 제창하고 미국이 밀어붙이는 중국고립전략입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대리하는 일본의 지위를 강화하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에 편입되려는 윤석열 정권의 정책은 대일본 과거사 굴종 외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굴종의 후과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군마현 조선노동자 추도비는 결국 철거되었습니다. 일본 역사 교과서는 제국주의 범죄 역사를 지우며, 독도는 한국이 불법점거한 일본 고유영토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역사학도로서, 제가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마냥 실망스럽지는 않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를 대하는 우리나라 사법부의 판단은 고무적입니다. 작년 11월 서울고등법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전쟁 시기 일본의 범죄 행위를 재확인하고, 강점기 불법행위에 대해 대한민국이 재판권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국가면제 법리’를 배척했습니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일본의 주장을 배척하고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강제징용 판결들과 더불어 대한민국 사법부는 기억 전쟁의 강력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공식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평생을 역사학도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여야의원을 막론하고 제22대 국회의원이 되려는 모든 분에게 간곡한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침과 곡절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역사는 끊임없이 전진해 왔습니다. 1987년 헌법 개정 이래,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 공유, 제주4.3특별법과 여순특별법 제정 등 현대사의 질곡을 치유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경주해왔습니다. 어렵게 이루어진 합의였기에, 값진 진전이었습니다. 때문입니다. 이런 합의들을 깨뜨리고 역행하려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해 여야가 함께 대응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1923년 간토 조선인 학살 문제를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과거 범죄에 대한 분풀이나 징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선린호혜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는 역사 진실에 대한 직시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아베 이후 노골화되고 있는 역사부정주의 세력의 득세는 한일관계를 다시 먹구름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아시아태평양 전쟁 패전 이후 전쟁 주범 일본 천황이 징치되지 않은 것은 일본 현대사의 뼈아픈 부분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지장을 초래했습니다. 한국 현대사 초입, 반민특위가 와해된 것과 비견됩니다. 일본 군대는 국가의 군대가 아니라 천황의 군대였기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1923년 간토학살의 궁극 책임도 천황에게 있습니다. 때문입니다. 천황제 족쇄에 묶인 일본은 극구 역사범죄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과거로 흘러간 역사는 없습니다.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입니다. 유대인의 구약성서는 피지배와 해방, 다시 반복된 피지배와 해방을 기록한 역사 전승입니다. 그들에게 역사는, 현재를 해석하는 도구였습니다. 향후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방향타였습니다. 우리 근현대사를 새기는 일에서 앞으로의 좌표를 찾는 제22대 국회가 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