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독일 드레스덴에 반도체 공장(팹)을 건설하는 안건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새로운 팹의 건설 규모는 약 100억유로(약 14조4800억원)에 달한다. 독일 정부는 TSMC에 50억유로(약 7조2400억원) 상당 보조금을 지급한다. 팹을 지을 곳으로 독일을 선택한 건TSMC뿐만이 아니다. 미국 인텔도 지난 6월 독일 마그데부르크 반도체 공장 확장에 300억유로(약 43조45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액수를 당초 계획보다 2배 늘렸다. 독일 정부는 여기에 100억유로(약 14조4800억원)를 보조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미국 전력 반도체 업체 울프스피드도 올 초 독일 자를란트주에 30억유로(약 4조3400억원)를 들여 전기차용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공장 등을 짓는다고 밝혔다. ... 반도체 기업이 독일로 향하는 표면상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보조금이다. 독일은'EU반도체법'에 기반해 자국에 팹을 짓는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한다.EU는 지난달 공공·민간 자금 총 430억유로(약 62조2700억원) 상당 투자 계획이 담긴'EU반도체법' 시행을 확정했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반도체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옛 명성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독일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는 나라다. 독일 인피니언을 비롯해 네덜란드NXP, 스위스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전 세계 3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고 반도체 장비 기업인ASML(네덜란드)과 반도체 연구소인IMEC(벨기에)도 인근에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팹을 지으려면 어느 정도 생태계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며 "유럽에선 독일이 유일하게 반도체 생태계가 남아 있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기업이 잇따라 독일을 선택하는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확보가 손쉬운 점도 꼽는다. 최근 반도체 업계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고객의 '넷제로' 요구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문제는 자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TSMC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9.2%에 불과하다. 독일은 이런 반도체 기업의 고민을 해결해줄 국가다. 지난해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47%에 달한다.